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로스코가 보여준 색의 깊이

색깔 하나만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색 하나만으로 감정을 느껴본 적 있나요? 예를 들어, 붉은색을 볼 때 긴장되거나, 파란색을 볼 때 차분해지는 느낌 말이에요. 그 감정에만 집중해 작품을 만든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마크 로스코(Mark Rothko). 그의 그림은 인물도, 사물도 없습니다. 오직 커다란 색면들만 존재하죠. 그런데 그 색들만으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어떤 관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작품 소개: 로스코의 색면 추상화

로스코는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분류되지만, 그의 작품은 ‘행동’보다는 ‘정서’에 집중합니다. 그의 대표작들은 화면을 꽉 채운 두세 개의 큰 색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사이에는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색의 흐림이 있습니다. 마치 색이 스스로 숨을 쉬는 듯한 인상을 주죠. 이 그림들은 멀리서 보면 평면 같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안에 수많은 감정의 층위가 숨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스코가 말한 ‘감정의 극장’

로스코는 “나는 추상적인 감정을 그린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기쁨이나 분노보다는, 고요한 슬픔, 존재의 불안, 숭고함 같은 더 깊고 미묘한 감정에 가까워요. 그는 심지어 작품을 전시할 때도 관객이 색면과 마주 앉아 ‘조용히 감정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를 원했죠. 그래서 일부 전시장은 로스코의 그림만으로 채운 ‘로스코 룸(Rothko Room)’으로 꾸며졌습니다.

예술에서 ‘덜어내기’의 미학

로스코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회화에서 구체적인 이미지, 이야기, 설명을 지우고, 대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색만 남겼죠. 이런 방식은 마치 음악에서 가사를 제거하고 순수한 멜로디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처럼 미니멀한 표현은 오히려 더 강력한 몰입과 감정이입을 이끌어냅니다.

인문학적 통찰: ‘침묵’ 속의 메시지

로스코의 그림은 말이 없습니다. 설명도, 등장인물도 없지만, 우리는 그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시처럼, 함축적이고도 열려 있는 언어죠. 인문학적으로 봤을 때, 그의 작업은 ‘침묵의 커뮤니케이션’, 즉 언어 너머의 감정과 존재에 대한 성찰입니다. 로스코는 관객 각자가 자기 경험을 통해 색면과 교감하도록 의도했기에, 그의 작품은 늘 ‘열린 질문’처럼 다가옵니다.

사고 확장을 위한 질문

– 여러분은 어떤 색을 가장 좋아하나요? 그 색을 보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나요? – 설명도 그림도 없는 작품 앞에서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맺음말

마크 로스코는 그림 속 이야기 대신, 색 그 자체로 관객과 소통하려 했습니다. 때로는 수다스러운 설명보다, 고요한 색이 더 많은 말을 해주는 법이죠. 다음 칼럼에서는 또 다른 예술가의 ‘감정의 언어’를 통해,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를 함께 느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