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그림은 얼굴이 이상하게 보일까?
여러분은 그림을 보다가 “이 얼굴, 왜 이렇게 기괴하게 생겼지?”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고, 옆모습과 정면이 한 화면에 뒤섞여 있다면, 그건 어쩌면 큐비즘(Cubism)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이 큐비즘 화풍은 단순히 ‘이상하게 그리기’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더 정확하게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 소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1907년, 파블로 피카소는 미술사의 판을 흔든 작품을 발표합니다. 〈아비뇽의 처녀들〉은 다섯 명의 여성이 화면 가득 등장하지만, 그 모습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죠. 몸이 각지고, 얼굴은 아프리카 가면처럼 단순화되어 있고, 눈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있습니다. 피카소는 이 작품을 통해 전통적인 원근법, 명암 표현, 아름다움의 기준 등을 모두 해체하고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했습니다.
큐비즘의 핵심: 보는 방식의 전환

큐비즘은 ‘한 시점에서 본 풍경’을 넘어서,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본 것을 한 화면에 담으려 한 시도였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실제로 바라볼 때, 고정된 카메라처럼 한 시점으로만 보지는 않죠. 머리를 움직이고, 시선을 바꾸며, 눈으로 다양한 면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큐비즘은 그 경험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이었습니다.
예술과 과학이 만난 순간

↑ 조르주 브라크 ‘기타를 치는 여인’ 작업
큐비즘은 단지 예술의 실험만이 아니라, 당대 과학과 철학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처럼, 고정된 ‘진리’나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여러 관점이 공존한다는 생각은 그 시대 예술가들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줬죠. 피카소와 브라크는 회화의 평면 위에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표현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인문학적 통찰: 나만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
큐비즘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너는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니?”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기억, 경험,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보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피카소는 모든 면을 한 화면에 드러냄으로써, 단 하나의 진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곧, 사회 속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인정하는 인문학적 태도와도 연결됩니다.
사고 확장을 위한 질문
– 여러분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나만의 시선으로 그린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달라질까요?
– 하나의 이미지나 사건을 다양한 시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맺음말
큐비즘은 보기 힘든 그림이 아니라, ‘다르게 보는 훈련’입니다. 피카소는 아름다움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시선의 실험을 통해, 현대미술이 던지는 깊은 질문을 함께 탐험해볼게요.